일기장.2018.03.20 23:56




엔진오일 교체를 위해 정비소에 차량을 입고 시켰더니 구매 후 3년 정도되어 교체할 것이 많았다. 브레이크 오일부터 시작해서 이것 저것 오일 교체와 필터교체, 리콜관련 수리, 그 외의 문제들을 찾아서 보증기간 무료일 때 다 고침을 받았다. 오일 교체도 바우처가 있어서 무료로 했는데 전체 다 교체하니 60만원 넘게 든다. 돈 많이 드는구나. 


이 일 때문에 오후 2시에 찾아야 하는 차를 이틀 더 맡기게 되었다. 갑자기 추워져 바람이 쌩쌩 부는데 며칠 전철타고 다닐 일이 생겼다. 덕분에 전 부터 읽으려고 했던 책 한 권을 챙겨서 전철을 탔다. 책이 두껍고 내용이 어려워서 가볍게 한 두번 읽고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읽어야 하는 책이다. 출퇴근이 왕복 세 시간 가량 걸리니까, 며칠간 충분히 한 번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동안 책을 읽다보니 이제는 책을 골라서 한 두개씩만 읽게 된다. 많이 읽지 않는다.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렇다. 책 한 권 읽기가 어렵다. 한 줄 읽으며 잘 익혀지지가 않으니 천천히 곱씹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예전엔 그저 두 세 시간이면 책 한권을 읽고 그랬는데, 이제 그런 읽기는 나에겐 의미가 없어졌다. 한 권을 몇 달을 읽는다 해도 숙고하며 읽는 그 시간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요 몇년 정도는 책을 많이 일지 않고 여러 권을 두루 돌아가며 읽는다. 대부분은 인문학에 가까운 마케팅 경영 서적들이지만 그 외에도 수필집, 소설, 사회과학등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관심사만 집중적으로, 그것도 한 권을 여러번 읽는 것을 좋아한다. 독서는 내것이 되어 삶의 양분이 된 것들을 몸소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때문에 삶의 태도와 맞지 않는 책들은 읽지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젠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얘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에전에는 많이 했었다. 책을 많이 읽어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책 읽기를 권장했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으며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아주 다양한 생각을 동시에 진행 발전시키며 독서를 하는 것이 많은 책을 대충 읽고 줄거리만 기억하는 것보다 백배는 나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건 줄거리가 아니라 그래서 그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어떤 생각을 갖게 만들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각할 주제가 있는 한 가지 책이 더 중요하다. 


가끔 책 읽으라는 얘기가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도배 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서점 관련된 사람들이 친구로 많기 때문인데 하나같이 신간 소식, 자기가 최근에 읽었던 책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며 매출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종종 올라온다. 책 판매자들의 입장으로 보면 매출이 생계와 직결되므로 중요한 문제인것은 맞지만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가 다른 매체에 시간을 뺏겼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그것을 무시할 수 없지만, 반대로 이 시대는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시기라는 이야기도 된다. 원래 독서라는 것은 책을 소유할 수 있었던 몇몇 왕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대중화되어 집에서도 온 세상의 지혜와 이치를 습득할 수 있다. 


지식 습득이 목적이었다면 교과서나 백과사전 위주의 삶을 살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삶에서는 지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바로 생각의 힘에서 나온다. 숙고에서 나오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는 힘이 우리가 말하는 지혜다. 그리고 숙고의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읽기와 쓰기이다. 대충 흘러가는 문장 속에서 생각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천천히 읽고 하나씩 뜯어볼 필요가 있다. 지식이 필요한 책은 지식이 쌓이기 전에는 그 생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몇 번을 읽으며 지식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그 때부터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질문이 생기면 그 때부터 숙고가 시작된다. 깊이가 있어진다. 그리고 책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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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북트 연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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