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018.03.02 01:36


원치 않는 일을 하는 것 만큼 힘든 것이 없다.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하나, 
입에 풀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것만 아니면 내가 이 더러운 회사 때려치운다. 진짜." 
라고 얘기할 사람들이 천지빼까리 일꺼다. 

몇 주 전인가. 한 친구가 나에게 
교재 쓰는거 마무리가 되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하였다.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책이 끝나도 여행을 다녀올 시간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일찌감치 여행을 갈 시간이 없다는 걸 감지하긴 했지만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은 사실 별로 없었다. 
계획이 있긴 있지만 뭐 "떠나지 않으면 안돼!" 라는 
열망 같은 건 없었다. 
100일에 가깝도록 새벽 두 세시까지 교재를 만들고
 끝 없는 수정을 거듭하며 하루 16시간씩 일을 했지만
육체적인 피로감이 어느정도 있었을 뿐, 
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것은 나에게 
일종의 놀이였기 때문이다. 

노는 것을 유흥이나 여행,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
찌기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삶이어서 
나는 어려서부터 만들기나 
그리기, 이야기 쓰기 등을 좋아했었다. 
좋아하던 것들은 몇날 며칠을 해도 지루하지 않았다. 
컴퓨터를 만지는 것도 그랬고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도 그랬다. 
기타를 치는 것도 그 중에 하나였고 
그것이 내 생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일로 프리랜서 일도 하고 취직도 했지만 
지금까지 내 삶을 지탱해 준 것은 모두
어려서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었다. 

그러니 남들이 볼때나 일이지 
내가 하는 것은 놀이와 다름이 없다. 
지금 책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 
기타를 가르치는 것도 그렇고 
유튜브에 영상 올리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앞으로는 지금 처럼 글을 쓰며 
중고 서점을 하는 것을 
나의 새로운 놀이로 만들고 싶다. 
오랫동안 나는 놀이를 수익으로 삼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좋아하는 것으로 생계를 삼을 능력이 된다면 
학력이나 좋은 직장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간다면 
그게 노는 삶이다. 

여러가지 놀이를 하다보면 
잘 안 풀리는 경우도 많고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 부분은 더 큰 즐거움을 위해서 
충분히 견딜만한 시간이다. 
억지로 견딘다면 그것만큼 고역이 없겠지만, 
놀이에서는 초인적인 인내와 
끈기를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근성도 늘고 해내려는 의지도 강해진다. 
그렇게 자기 분야에 실력이 쌓이면 
그걸 더욱 즐길 수 있게 된다. 
'즐기는 사람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흔히 하는데 
이것이 여기에 속한다. 
수준이 형편없을 때 즐기는 것은 
아마추어적인 결과물 밖에 나오지 않으므로 
(남들은 인정해주지 않고) 혼자서 즐거울 뿐이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고수가 되면 
실력이 뛰어나므로 거기에서부터는 
어떻게 즐겨도 최고의 결과가 나오면서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지의 놀이가 된다. 
즉 '노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걸 남들이 보면 "아니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즐길 수가 있는거지? 
역시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가 없어!" 
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말 속에 들어있는 함정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노는 경지까지 올라가고 싶은 것들이 
나에게는 많다. 
글쓰기가 그 중 하나이고 사진도, 여행도, 
마케팅, 브랜딩도, 영화와 책읽기도 마찬가지다. 
40이 넘도록 삶에서 놓지 않고 
지켜오는 것들이 이것인데 
(여행은 제외... 앞으로의 희망...)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노는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이것을 통해 
삶의 밸런스가 잘 맞아 들어갔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 40년이 더 지나도 
나는 80밖엔 되어있지 않을텐데.



Posted by 북트 연남동_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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